서체의 본질적인 흥미거리는 무엇일까요? 과연 수많은 종류의 서체들은 필요한 걸까요? 타임스(Times), 센츄리(Century), 게라몬드(Garamond), 에리얼(Arial), 뉴욕(New York), 유니버스(Univers), 가우디(Goudy)... 매년 늘어나고 있는 서체들. 누가 이런 것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걸까요?
명쾌하고 가독성이 높아 메세지를 잘 전달하는 기능적인 서체인 헬베티카(Helvetica) 하나로 사람들은 만족스럽게 생활할 수는 없는 걸까요?
영향력 있는 미국의 타이포그래피 평론가 비트리스 워드(Beatrice Warde)조차 다음과 같이 활자에 대해 실토했습니다.
"타이포그래피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명쾌하고 보기 좋아야 한다. 그러나 그것 뿐이다. 생각이 한 사람의 마음에서 다른 사람의 마음으로 성공적으로 전해지기만 한다면 그거이 어떻게 전달되었는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활자의 설득력과 효과에 대한 안목과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서체에는 옷처럼 유행이 있습니다. 알파벳의 옷이라고 할 수 있는 서체의 스타일을 활용하여 우리는 글이 담긴 지면을 현대적인 느낌으로 만들 수도 있고, 팔꿈치에 가죽은 댄 구식 양복 같은 1970년대 스타일로 연출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날 서체 스타일의 변화는 영향력이 있는 아트디렉터나 서체 디자이너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지 과거보다 일처리가 빨라졌을 뿐 트렌드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서체회사의 폰트 제작자 조 그레이엄(Jof Graham)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지난 수년 동안 유행했던 스타일은 단지 몇 개에 불과합니다. 그런지 서체(grunge faces), 잠깐 인기가 있었던 스텐실체(stencils), 울트라 라이트체(ultra lights)정도죠, 지금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굴림테 스타일 같습니다. 가령 헬베티카를 둥글게 만든 모양 같은 거죠, 런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의 로고와 전용 서체가 이런 굴림체로 되어 있습니다." |
바뀌는 모든 것이 서체의 스타일이 될 수 있습니다. 1920년대나 1950년대 혹은 지난 10여년간 만들어진 가장 많은 서체 스타일의 하나인 산세리프(san-serif)도 이제는 그 표현의 스타일이 바뀌고 있습니다. 1980년대에는 헤드라인이나 본문 카피들 주요한 내용의 글자가 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죠. 글자의 폭이 좁아지고. 글자 사이의 간격도 가까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는 넓은 공간이 주어지는 것 같고, 글자의 형태를 강조할 때, 폭을 더 넓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누가 서체에 신경을 쓸까요? 글쎄, 바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아닐까요? PC가 등장하면서, 예전에는 비용과 시간이 대단히 많이 들어가고, 숙련된 기술을 요했기 때문에 개인이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타이프 세팅을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필요한 폰트를 쉽게 선택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혹시 좋아하는 서체가 있나요? 두 가지 다른 업무를 위해 각기 다른 서체를 골라서 사용한 적이 있나요?
누가 서체에 신경을 쓸까요? 가끔은 나라 전체가 신경을 쓰기도 합니다. 서체의 스타일은 19세기 독일에서 꽤나 격렬했던 쟁점 중 하나였습니다. 특이 이것은 1930년대 아돌프 히틀러의 권력이 정점에 달하면서 극에 달했습니다. 실제로 한 국가의 성격을 나타내는 서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습니다. 스위스를 볼까요. 깨끗한 선, 잘 컨트롤되고 질서를 가진 나라. 프랑스는요? 스타일리쉬하고 변덕스럽고 매우 개인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나라죠. 반면에 미국은 창의적인 개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나라. 그리고 영국은 괴짜나 고독한 사람과 같이 유별난 서체에 어울리는 나라쯤이라고 할 수 있겠죠?
활자 역시 다른 목표점을 노력하는 동안 우연하게 탄생한 그 무엇이었습니다. 타이포그래퍼로서 훈련된 디자이너들이 등장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과거에는 활자디자인이 종종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시작하게 되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창의적인 상아탑 속에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